250만 원 중고 판매 대신 옥정 사귐의교회에 야마하 CP88 신디사이저 기증한 솔직한 이유와 감사
원룸 자취 시절, 좁은 방 한구석에서 묵묵히 내 손끝을 받아내던 야마하 CP88 스테이지 건반이 있었다. 공간 차지는 적으면서도 묵직한 터치감 덕분에 수많은 시간 연습을 함께했던 든든한 악기였다. 그러다 두 달 전쯤, 신디사이저보다 디지털피아노 타건감이 나에게 더 잘 맞는다는 걸 깨닫고 새로운 악기인 야마하 NU1XA를 집으로 들이게 되었다.
자연스레 기존의 CP88은 커버가 씌워진 채 방치되었다. 중고 장터 시세를 확인해 보니 상태가 좋아 대략 250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었다. 쏠쏠한 금액이었다. 통장에 들어올 현금을 생각하면 중고로 처분하는 것이 지극히 합리적이고 당연한 선택처럼 보였다.
하지만 머릿속의 계산기를 두드리던 손길을 멈추게 한 순간이 있었다. 출석 중인 옥정 사귐의교회 주일 예배 중, 교인 수가 늘어나고 장소가 협소해져 향후 더 넓은 예배 처소로 이전하기 위한 비전헌금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당장 큰돈을 헌금할 여유는 없었지만, 마음 한편에 깊은 울림이 남았다. '내가 지금 가진 것으로 하나님 나라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합리적 계산을 내려놓고 악기 기증을 결심한 순간
새로운 예배당 건물로 이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우리가 모여 예배드리는 바로 이 자리의 악기를 업그레이드하는 것 역시 새로운 성전을 세워가는 과정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CP88은 어딜 내놔도 메인 건반으로 손색없는 훌륭한 악기다. 낯선 누군가에게 중고로 넘기는 것보다, 매주 하나님을 찬양하는 자리에 쓰임 받는 것이 훨씬 가치 있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악기 기증 소식을 전했을 때 목사님께서는 따뜻한 감사 기도로 축복해 주셨다. 스스로 인정하건대 나는 인정받고 주목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불쑥 솟아오르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더욱 내 공로를 앞세우지 않고 온전히 주님께 영광을 돌리고 싶었다.
기증 현장 에피소드: 악기를 전달하며 즉석 연주 요청이 있을 것을 직감하고 전날 밤 부랴부랴 악보를 챙겨 연습했다. 예상대로 연주 부탁을 받았고, 미리 준비한 2곡을 무사히 올려드릴 수 있었다.
완벽한 연주는 아니었을지라도 오랜만에 성도들 앞에서 손때 묻은 건반으로 소리를 나눌 수 있어 벅찬 감사함이 밀려왔다.
예배당에 울려 퍼지는 익숙한 소리와 가정의 기도
주일 본 예배 때 회중석에 앉아 예배당 전체에 울려 퍼지는 익숙한 건반 사운드를 들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집에서 듣던 그 맑고 단단한 음색이 이제는 공동체의 찬양을 받쳐주는 기초가 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곁에서 일과 삶, 그리고 새로운 교회 정착 과정에서 무게감을 느끼는 아내를 보며 미안한 마음도 스쳤다. 늘 말씀 중심으로 살아가려 애쓰는 아내가 주변의 시선에 부담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을 때, 내가 너무 앞서나간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쉼 없이 바쁜 일상에 지쳐 마음에 여유가 부족했을 아내의 무게를 헤아려 본다.
하지만 내가 악기를 기증하며 품었던 순수한 헌신의 마음을 아내 역시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응원해 주고 있음을 안다. 모든 것은 하나님께서 이끄신 일이다. 이번 나눔을 디딤돌 삼아, 우리 가정이 세상의 시선이나 흔들림 없이 하나님 나라의 풍성함을 온전히 누리며 단단하게 세워져 가기를 조용히 기도한다.